요소수 분사 차단하는 이른바 '정관수술' 횡행
불법개조 업자의 유혹에 걸려든 화물차주들
요소수 비용 아끼려다 수천만원 수리비 댓가

정비센터 입고 차량 400대 중 10% 개조 흔적
보증 대상서 빠지고 수리 시 2,000만원 견적도
현재까지 단속無…불법 조장에, 정부 “방안 마련”
방치하면 화물차 환경인증제도 근본부터 부정

 

작년 ‘요소수 대란’ 이후 화물차의 SCR 시스템을 무력화시켜 요소수 주입을 막는 불법개조 사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속칭 ‘화물차의 요소수 정관수술’이다. 우측 사진은 요소수 주입을 막는 SCR 시스템 불법개조 상상 프로그램.
작년 ‘요소수 대란’ 이후 화물차의 SCR 시스템을 무력화시켜 요소수 주입을 막는 불법개조 사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속칭 ‘화물차의 요소수 정관수술’이다. 우측 사진은 요소수 주입을 막는 SCR 시스템 불법개조 상상 프로그램.

지난해 말 요소수 품귀 현상과 요소수 대란을 거치면서, 상당수 화물차 운전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불량 요소수’를 대거 사용한데 이어, 최근에는 화물차의 SCR(선택적촉매환원) 시스템을 무력화시켜 요소수 주입을 막는 불법개조 사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속칭 ‘화물차의 요소수 정관수술’이다. 지난 2월 상용차정보가 심층 보도한 ‘불량 요소수’(상용차매거진 2월호, 제목: 끝나지 않은 화물차 ‘요소수 대란’…이젠 ‘불량 요소수’)에 이어, ‘요소수 정관수술’이라고 불리는 SCR 시스템의 불법개조 현장을 심층 취재했다.

개념부터≫ 요소수와 SCR은 
요소를 원료로 하는 요소수는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규제기준 하(유로5~6)에 매연(PM)과 질소산화물(NOx)를 동시에 줄이기 위해 개발된 SCR 시스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촉매제다. 즉 배기가스에 요소수를 분사해 질소산화물을 깨끗한 물과 질소로 바꿔준다. 트럭과 버스 등 현재 출시되는 대부분 디젤차에는 SCR 시스템이 의무 적용되고 있다. 

대기 환경 보호를 위하여 요소수가 없으면 차량 시동이 걸리지 않게 시스템화 된 것이다. 부족하면 출력 저하 등의 문제도 발생한다. SCR이나 배기가스재순환(EGR) 시스템과 한 셋트로 구성돼 있는 DPF(디젤미립자필터)는 디젤엔진의 배기가스 중 PM(입자상물질)을 물리적으로 포집하고 연소시켜 제거하는 배기 후처리장치의 일종이다.

요소수 대란 후 정관수술의 유혹
주로 EGR 시스템의 유로1~4 디젤 화물차와는 달리, 2011년부터 본격 보급되기 시작한 유로5~6 SCR 디젤 화물차는 요소수를 주기적으로 주입해줘야 하다 보니 화물차 운전자들에게는 요소수 비용 부담과 주입 피로감에 대한 반감이 만만치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요소수 수입 차질에 따른 요소수 대란을 거치면서, 급등한 요소수 가격에 부담을 느낀 화물차 운전자 중 상당수는 해외에서 무분별하게 들여온 ‘불량 요소수’를 사용함으로써 차량에 손상을 입히는 사례가 목격됐다.

특히, 요소수 대란 이후 불량 요소수와 함께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였던 요소수 정관수술(이하 불법개조)이 상당히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를 자칫 방치하면 배기가스 기준의 화물차 환경인증제도를 근본부터 부정하는 불법개조 행위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요소수 불법개조는 쉽게 말해 SCR 화물차의 핵심 요소인 요소수를 주입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아도 운행할 수 있도록 한 개조 형태다.

이런 행위는 지난해 말 요소수 품귀와 가격급등으로 운행에 심대한 차질을 빚은 화물차 운전자들의 절박감을 이용한 ‘요소수 불법개조업자’들이 전국의 화물차를 대상으로 음성적이고 조직적으로 개입하면서 시작됐다.

이들 업자들의 불법개조 방식은 배기가스 규제기준이 낮아 SCR 시스템이 필요 없거나, 애초에 요소수 분사 기능이 필요 없는 나라의 화물차에서 불법개조 프로그램을 생성한 뒤, 그 프로그램으로 국내 화물차의 SCR 시스템에 엎어 요소수 분사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SCR 시스템의 요소수 분사 기능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킨다.

인천·경기지역을 오가며 일한다는 화물차주 A씨는 “장거리가 많아 보통 이틀에 한 번 꼴로 요소수를 채워 넣어야 하는데, 10리터에 1만원 하던 요소수 가격이 대란 당시 6~7만원까지 치솟다 보니 도저히 운행을 지속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라며, “부끄럽지만 밴드(앱)를 수소문하고 개조 비용을 들으니 그 당시 요소수 값 3개월 치면 개조 비용을 뽑겠다는 계산이 나와 불법인 줄 알면서도 부산까지 내려가 개조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일부 서비스 센터 입고 분의 10%가 불법개조
실제로 각종 화물차 관련 (포털)커뮤니티와 네이버 밴드를 중심으로 요소수 없이도 출력이 유지된다는 소문이 돌며 저렴한 비용의 개조 문의 및 정보 공유가 잇따랐다.

본지 취재 결과 불법개조 시간은 2~3시간 내외, 금액은 차량 브랜드와 스위치 설치 유무에 따라 평균 150만 원 선에서 수요가 많았을 땐 300만원까지 수술 비용을 낸 화물차 운전자도 있었다. 이처럼 수술 시간이 짧고 비용이 저렴하다 보니, 요소수 대란 이후 현재까지 불법개조를 받은 화물차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충청권의 모 트럭 브랜드의 전용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지난 4월에 입고된 차량 400여 대 중 40여 대 가량이 불법개조를 받은 정황이 있었다.”고 전하고 “일부 센터에 국한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요소수 대란 이후 10%에 육박하는 화물차가 불법개조를 진행한 걸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상 보증수리는 커녕 수리 불가 판정까지
충북 청주의 또 다른 화물차주 B씨는 “출력이 달려 센터에 가보니 개조된 (SCR)시스템을 원상복구 해오라고 해서 지난 4월 내내 일도 못했고, 고장 부위 전부 교체하는데 수리비만 1,000만 원 넘게 쓴 것 같다.”고 말했다. 불법개조 비용에 비해 몇 배나 큰 돈을 썼다는 그는 “계기판만 속였을 뿐이지, 속은 곯고 있었다.”며, 불법개조를 한 것에 대해 후회의 말을 남겼다.

충청권 서비스 센터 관계자는 “요소수 체크 컨트롤 유닛만 연결해보면, 화물차가 불법개조를 했는지 안했는지 바로 체크가 된다.”며, “자동차정기검사에 통과가 안 된다고 입고해 오는 차량이 최근 부쩍 많아졌는데, 이미 다 망가져서 SCR은 물론 DPF까지 전체를 교체해야 돼서 견적만 2,000만원까지 나오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무상보증 기간 내 불법개조 정황이 드러나게 되면, 해당 품목 전체에 대해서는 무상보증 범위라 할지라도 사용자 과실로 수리비를 모두 청구할 수밖에 없다.”며, “그마저도 범위가 너무 크면 수리 불가 판정을 내 프로그램을 원상복구 해 오라고 돌려보낸 적도 있다.”고 전했다.

무상보증기간이 끝나더라도 제조사의 비정기적인 캠페인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없는 등 애로사항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차주·업계 “이렇다 할 단속 안하던데?”
현행법상 SCR 시스템을 포함해 차량을 불법개조할 경우, 차주는 자동차관리법 제 81조에 의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불법개조 업자도 자동차관리법 제 80조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사건의 중함에 따라 처벌은 더 세질 수 있다.

이처럼 무거운 처벌 조항에도 불구하고 요소수 문제가 진정된 상태인 올들어서도 불법개조업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화물차 또한 수술건수도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불법개조업자들이 점 조직 형태를 띠고 있어 단속이 어렵다는 점이다.

충청권 서비스 센터 관계자는 “요소수 대란 초기에는 부산에 2~3명의 업자만이 활동했었다면, 시간이 흐른 지금 기술 전수 등이 이뤄져 수십 명의 업자들이 음성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전하고 “이런 상황인데도 전혀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단속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화물차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불법개조를 정부가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인식을 내비치기까지 했다. 한 화물차 커뮤니티 회원은 “정부가 지난해 11월에 단속을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가 불법개조 단속을 유예하겠다는 발표를 낸 것은 요소수 문제를 수급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되레 불법개조를 조장해 해결하려 한 게 아니냐.”며, “그 이후로 주위에 단속된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전문 DPF 클리닝 업체 관계자는 “센터에서 정비사들이 진단기기만 물려보면 개조했는지 바로 알 수 있는데, 이렇다 할 단속 움직임이 없는 것 같다.”며, “배기가스 관련 정비가 꽤 고난이도라 하루 빨리 정부 차원에서 시장을 안정해 시켜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강력한 단속 방안 준비 중”
본지는 취재 과정에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화물차 불법개조는 은밀하게 이루지고 있고 불법개조 여부를 외형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 때문에 운행 중인 화물차의 체계적인 점검만이 불법개조업자들을 색출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편 화물차의 불법 개조문제와 관련, 환경부 교통환경과 관계자는 “현재 경찰청과 협력하여 단속 및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며, “불법개조 업자가 워낙 점 조직으로 형성돼 있어 단속 방법을 모두 공개할 수는 없으나 조만간 강력한 대처 방안들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QnA] 불법개조로 차량 고장나면…

“무상보증 불가·수리 시 금전적 댓가도 혹독”

요소수 분사 차단→차량 고장 후 수리 시
→관련 부품 전면 교체→2천만원 상당 견적
“DPF 재생 못해 시스템 전체 ‘녹아’ 줄줄이 고장”

본문에서 익명으로 언급한 모 트럭 브랜드의 충청권 서비스 센터 관계자로부터 SCR 시스템과 요소수의 관계, 그리고 불법개조로 차량이 고장이 났을 때 (무상)수리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지 등을 짚어봤다.

Q. SCR에서 요소수는 어떻게 활용되나?
A.
배기가스 발생 과정에서 ‘매연’과 ‘질소산화물’을 ‘동시에’ 줄이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SCR이다. SCR을 적용한 디젤 화물차는 연소온도를 높여 매연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때 증가한 질소산화물은 요소수 분사를 통해 질소(N2)와 수증기(H2O)로 환원시키는 방식이다.

 

Q. SCR이 디젤트럭에 꼭 필요한가?
A.
그렇다. 일반적으로 연소온도를 높이면 연료가 완전연소 되면서 매연이 줄어들지만, 한편으로는 질소와 산소가 고온에서 쉽게 반응하면서 질소산화물이 더 많이 발생한다. 한마디로 반비례 관계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잡자고 연소 온도를 낮추면 연료가 불완전 연소되어 검은 매연이 발생한다. 둘 다 잡으려면 SCR과 요소수가 필수다.

Q. SCR을 불법개조 할 때 발생 문제는?
A.
요소수를 분사하지 못하게 트럭 내부 프로그램을 해킹하면 나타날 수 있는 수많은 고장들의 가장 선제되는 원인은 DPF가 재생이 안 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전체적인 시스템이 말 그대로 ‘녹는다’. 여기에 연계된 모든 배기가스 관련 부품들이 시점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고장난다고 보면 된다.

Q. SCR 고장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한다면?
A.
DPF는 매연을 어느 정도 쌓았다가 압력을 감지하게 되면 자동으로 재생모드에 들어간다. 이 때 배기가스 온도를 높여 기체인 매연을 고체인 재로 만들어 대기 오염물질을 제거한다. 불법개조를 진행하게 되면 빠져나갈 곳이 없는 고압력의 매연으로 인해 DPF 장치가 녹게 되고, 유해 성분이 대기 중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SCR에 그대로 침체돼 담체(세라믹필터)가 막히게 된다.
 

Q. 차량 성능에도 영향을 주나?
A.
매연이 빠지지 못한 압력만큼 엔진에 흡입되는 공기량도 줄어들고 연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출력은 저하된다. 인젝터도 열을 받아 분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연료 소모가 심해져 연비도 나빠지고 엔진 출력도 덩달아 불안정해진다. 심할 경우 시동도 꺼진다. 고가의 부품인 차량 소음기도 망가진다.

Q. 요소수 이동 통로도 고장날 것 같은데?
A.
그렇다. 공기 중에 노출되면 굳어버리는 요소수 특성 상 요소수를 순환시키지 않게 되면 요소수 펌프와 노즐 같은 통로에서 요소수가 굳는다. 장기간 지속되면 당연히 망가지게 된다.

Q. 무상보증 기간 내에 고장나면 처리 가능한가?
A.
불가하다. 일단 SCR이 고장 난다는 것은 관련 부품 전체를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에 공수가 상당히 많이 들뿐더러 오염물질과 시스템 자체가 녹기 때문에 교체 밖에는 방법이 없다. 시스템 전체를 앗세이(관련 부품 전체)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2,000만원 견적은 예사다. 보통 수리비를 듣고 사설 업체를 찾아 발길을 돌리시지만 녹록치 않아 다시 돌아온다. 센터 입장에서는 업자를 다시 찾아가 시스템을 먼저 원상복귀해오라고 돌려보내는 경우도 많다.

Q. 불법개조 차량 판정이 어려운가?
A.
아니다. 정비를 조금 배운 사람이라면 각 사별 ECU(전자제어유닛) 점검 프로그램이나 ACM(능동형 엔진마운트)과 같은 요소수 컨트롤 유닛만 대보면 바로 안다. 조금 과장해 배기파이프의 그을음 정도만 봐도 바로 판정 가능하다. 현장에서는 단속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들리는데, 왜 안하는지 모르겠다.

저작권자 © 상용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