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는 전기차 부품 중 가장 비싸다. 제조 원가의 30~40%를 차지한다. 전기차가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2~3배 비싼 이유다. 정부는 전기차의 원활한 보급을 위해 지난 2010년부터 구매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전기트럭과 전기버스에 대한 지원은 2015년 즈음 시작했다.

전기차 구매보조금 제도는 오는 20 25년이면 완전히 종료된다. 원래 올해를 끝으로 일몰될 예정이었지만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3년 더 연장됐다. 정부가 지난 2020년 7월 그린뉴딜 세부 계획 발표를 통해 확정한 내용이다. 이에 따라 전기승용차는 2024년, 전기버스·전기트럭은 2025년까지 구매보조금을 받는다. 

2025년이라는 구체적인 시점에 대해 당시 손삼기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장은 “2025년 정도가 되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생산 단가가 같아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이에 맞춰 구매보조금을 순차적으로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2025년 이후에도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락세였던 배터리 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서 전기차의 가격 인하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가격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하락해왔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다시 상승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경색에 최근 발발한 우크라이나 사태가 기름을 부으면서 배터리 원재료 가격이 폭등한 탓이다. 지난 2020년 1kWh당 140~150달러까지 떨어졌던 배터리 단가는 최근 168달러까지 올랐다.

보조금을 받고 있는 1톤급 전기트럭
보조금을 받고 있는 1톤급 전기트럭

상황은 일시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달 국내 배터리 업계와의 미팅을 거친 뒤 배터리 가격이 오는 2024년 1kWh당 178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공급 문제가 불거진 데다 향후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경우 배터리 원재료 공급난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제조 원가가 비슷해지는 시기를 배터리 가격이 1kWh당 100달러가 되는 때로 본다. 당초 업계와 정부는 2025년이 되면 이 시기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특히 내년 이후 본격적으로 보급될 중대형 전기트럭의 경우 정부의 지원이 더 절실하다. 탑재되는 배터리 용량이 커 배터리 단가가 60~80달러 수준까지 낮아져야만 동급 디젤트럭과 가격이 비슷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 승용차나 소형 전기트럭에는 50~100kWh급 배터리가 탑재되지만 중대형 모델에는 이보다 6배 큰 300~600kWh급이 탑재된다.

구체적인 숫자는 유럽에서 대형 전기트럭을 판매 중인 독일 다임러트럭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임러트럭에 따르면, 디젤 악트로스의 주요 내연기관 부품 원가는 2만 5,000유로(약 3,340만 원)다. 대형 전기트럭 e악트로스(eActros)에 들어가는 400kWh급 배터리 가격이 이보다 낮아지려면, 다시 말해 전기트럭이 디젤트럭보다 저렴해지려면 배터리 단가는 1kWh당 60달러 선까지 떨어져야 한다. 배터리 단가가 지금(약 170달러)의 3분의 1 수준까지 인하돼야 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마틴 다음 다임러트럭 CEO는 지난달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배터리 가격이 지금 같은 추세를 유지할 경우) 전기트럭이 디젤트럭보다 저렴해질 가능성은 없다.”며 “중대형 전기트럭의 원활한 보급을 위해선 앞으로도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 새 국내 전기차가 빠른 속도로 늘었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없었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성과다. ‘화물운송시장의 핵심’인 중대형 전기트럭이 이제 막 보급을 앞두고 있다. 정부가 급변하는 시장 상황과 업계 목소리를 반영해 최선의 결정을 내리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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