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30톤급 '자동상하역 트레일러' 협력개발
‘ASML 반도체 장비’ 수송 위해 ‘조로다’ 기술 적용
항공기서 상하차 시 크레인 없이 트럭으로 直이동
초고가·고하중 항공화물 시장서 물류자동화 앞당겨

'조로다' 기술을 적용한 세계 최대 30톤급 '자동상하역 트레일러'를 활용해 'ASML 반도체 장비'를 항공기로부터 트럭으로 옮겨 싣는 모습. 화물 앞에 트레일러를 가져다 대면 조로다의 롤러시스템에 의해 화물이 자동으로 상차된다.

 

한국탑의 '조로다 자동상하역 시스템'이 적용된 트레일러의 모습. 트레일러 표면에 설치된 특수 롤러시스템이 지게차나 크레인의 도움 없이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탑의 '조로다 자동상하역 시스템'이 적용된 트레일러의 모습. 트레일러 표면에 설치된 특수 롤러시스템이 지게차나 크레인의 도움 없이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돕는다. 

코로나19 사태 속 항공과 육상간 물류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것이 자동화 분야다. 이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한 물류시스템과 이 물류시스템을 트레일러에 접목한 ‘자동상하역 트레일러’가 탄생해 항공·육상 물류업계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가(高價)의 화물만을 실어나르는 항공기에서 화물 상하역 시, 곧바로 트레일러에 자동 탑재해 수송할 수 있도록 하는 이 시스템은 항공화물 상하역에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을 크게 절감시킨다. 특히 안전과 신속함이 생명인 항공 및 육상간의 연계 운송에서 자동상하역 시스템은 물류업계 전반에 걸쳐 새로운 물류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글로벌 종합물류운송업체인 롯데글로벌로지스(대표이사 박찬복)는 국내 최초로 세계 최대의 적재중량을 자랑하는 ‘자동상하역 트레일러’를 도입, 육상운송과 연계한 항공화물 운송에 나섰다.

최대 적재중량 30톤에 달하는 자동상하역 트레일러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발주를 받아 물류 및 특장장비업체인 한국탑(대표이사 조원철)과 특장업체 한성특장차(대표이사 이상우)의 협업으로 제작됐다.

자동상하역 트레일러는 일반적인 평판 트레일러에 차량 기술의 핵심인 자동상하역 시스템을 얹은 장비다. 여기서 자동상하역 시스템이란 한국탑과 기술제휴를 맺은 영국의 물류장비업체 ‘조로다(JOLODA)’ 제품으로, 트럭이나 트레일러의 적재함 평판에 특수 개발품인 롤러시스템을 적용, 크레인의 도움없이 화물을 쉽게 적재할 수 있도록 한 기능이다. 현재 일반 탑차 및 윙바디 트럭 등 국내의 물류차량에 이미 보편화돼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자동상하역 트레일러는 내년 상반기쯤 국내에 들어올 최신 반도체 장비를 운송하는 데 투입될 예정이다. 자동상하역 트레일러가 운반할 최신 반도체 장비는 네덜란드 업체 ASML이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이하 반도체 장비)다. 반도체 원판에 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수준의 전자회로를 새기는 일을 하며, 대당 가격이 초고가 금액으로, 무게만 30톤에 이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업체의 제조공정시 핵심 필요 장비다.

대당 초고가 금액의 ASML 반도체 장비가 항공기에서 내려, 트레일러에 실리는 모습.
대당 초고가 금액의 ASML 반도체 장비가 항공기에서 내려, 트레일러에 실리는 모습.

30톤에 가까운 ASML 반도체 장비를 항공기에서 트럭으로 옮겨 싣는 과정. 자동상하역 트레일러를 활용하면 지게차나 크레인의 도움 없이 무거운 장비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실을 수 있다.

ASML의 반도체 장비는 주요장비인 '스캐너'와 부속장비로 구분되는데, 이 영상은 부속장비의 하역 과정을 보여준다. 박스로 포장된 부속장비는 공항 내 이동식 하역장치인 '카고로더(Cargo Loader)'를 통해 하역된 뒤 보세구역으로 이동된다.

항공기를 통해 들어오는 이 반도체 장비를 트럭으로 옮겨 싣는 과정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자동상하역 트레일러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는 이 정도 무게의 화물을 소화할 수 있는 자동상하역 트레일러는 아직 없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패권다툼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내 파운드리 업체가 최신 반도체 장비를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30톤급 자동상하역 트레일러를 선제적으로 확보했다.”고 말했다.

“크레인 지원? NO!”…10분 만에 안전히 옮긴다
언급했듯 자동상하역 트레일러의 최대 강점은 항공기로 운송된 화물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트럭으로 옮겨 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ASML 반도체 장비와 같은 고하중·고가의 제품을 운반할 때 특히 빛을 발한다.

ASML이 생산하는 반도체 장비가 초고가인데다 민감한 항온항습장치가 적용돼 있어 운반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ASML에 따르면 이 반도체 장비를 운반할 때는 지게차를 사용해선 안 된다. 작은 충격에도 고장 날 위험이 있어서다. 그래서 과거 ASML 반도체 장비를 운반할 때 국내 물류업체는 크레인을 활용했다. 카고로더(Cargo Loader)라고 불리는 공항 소유의 이동식 하역장치가 반도체 장비를 항공기에서 꺼내면, 이를 크레인으로 집어 트럭으로 옮겨 싣는 식이다.

하지만 크레인을 활용한 방식에는 몇 가지 단점이 있었다. 크레인의 공항 계류장 출입을 위한 보안 절차가 까다롭다는 점, 당일 일찍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 크레인을 전날 미리 임대해 근처 차고지에 주차시켜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반도체 장비를 직접 들어 올려 운반하는 탓에 외부 충격에 대한 위험이 남아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국내에 자동상하역 트레일러가 처음 도입된 건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지난 2007년 한국탑은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의뢰를 받아 조로다의 자동상하역 시스템을 탑재한 트레일러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현장에 투입했다. 시판 중인 트레일러를 기반으로 제작된 최초의 자동상하역 트레일러는 최대적재중량이 26톤 수준이었는데, 당시 국내에 수입되던 ASML 반도체 장비(무게 15톤)를 소화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자동상하역 트레일러의 효과는 확실했다. 상하역 과정이 더 안전해지고 신속해졌다. 별도의 장비나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아 작업 과정이 5~10분으로 단축됐으며, 반도체 장비에 가해지는 압력이 줄어 손상 위험이 크게 줄었다. 크레인 대여에 드는 비용과 번거로움도 사라졌다.

30톤급 반도체 장비 위해 세계 최초 개발
지난 8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새로운 자동상하역 트레일러를 도입한 건 ASML이 최신 반도체 장비 생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ASML이 내년에 생산할 4세대 반도체 장비는 이전 세대 모델보다 두 배 무거워진다. 대당 무게가 약 30톤에 이르며, 폭은 3m가 넘는다. 전체적인 크기는 20피트 컨테이너보다 크다. 기존에 사용하던 자동상하역 트레일러로는 소화할 수 없는 탓에 한국탑과 한성특장차는 30톤급 반도체 장비를 운송하기 위한 트레일러를 특수 제작했다.

30톤급 자동상하역 트레일러의 제작은 이번이 세계 최초이기 때문에 한국탑은 조로다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설계 과정부터 심혈을 기울였다. 시판 모델과 완전히 다른 소재를 사용해 강도를 높였고, 4세대 반도체 장비를 충분히 실을 수 있도록 트레일러 폭도 광폭으로 제작했다. 순수 제작기간은 약 3달, 대당 가격은 1억 5천만 원 가량이다. 화물적재 후의 차량총중량은 약 50~60톤으로, 국토부로부터 고하중 차량 운행 노선을 허가 받은 뒤 본격적인 운행에 나설 계획이다.

자동상하역 시스템은 현존하는 가장 안전하고 신속한 상하역 방식이다. 이번 30톤급 자동상하역 트레일러를 계기로 ‘항공↔육상’뿐 아니라 초고가·고하중 화물 운반시장 전역에서 자동상하역 시스템이 물류자동화를 더욱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종합물류운송업체인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의뢰로 한국탑과 조로다가 기술지원을 하고 한성특장차가 제작한 적재중량 30톤급 자동상하역 트레일러의 모습.
글로벌 종합물류운송업체인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의뢰로 한국탑과 조로다가 기술지원을 하고 한성특장차가 제작한 적재중량 30톤급 자동상하역 트레일러의 모습.
한국탑과 조로다가 기술지원을 하고 한성특장차가 제작한 적재중량 30톤급 자동상하역 트레일러를 뒤로 하고, 글로벌 종합물류운송업체인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조창락 상무(가운데), 조원철 한국탑 대표이사(우측), 이상우 한성특장차 대표이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탑과 조로다가 기술지원을 하고 한성특장차가 제작한 적재중량 30톤급 자동상하역 트레일러를 뒤로 하고, 글로벌 종합물류운송업체인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조창락 상무(가운데), 조원철 한국탑 대표이사(우측), 이상우 한성특장차 대표이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택배, 육상운송, 3자물류, 항만하역, 국제물류 등의 종합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의 대표적인 글로벌 물류기업이다. 국내에는 17개의 택배 터미널과 230여 개의 물류센터 운영을 통해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해외에는 미국, 영국, 독일, 중국, 인도네시아 등 총 13개국 18개 법인을 설립해 세계시장을 무대로 큰 성장세를 이룩하고 있다. 물류현장에 '업계 최초 전기차 운영' 등 ESG 경영을 선도하고 있으며, 첨단 물류정보 시스템과 국내외 인프라를 기반으로 최적의 라스트 마일 및 이커머스 풀필먼트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한국탑 / 조로다(JOLODA)
한국탑 / 조로다(JOLODA)

한국탑(대표이사 조원철)은 지난 1990년 설립해 올해로 31주년을 맞이한 국내의 대표 물류장비업체다. 롤업셔터도어와 조로다 스케이트, 이동식 냉장칸막이, 각종 화물고정장치, 안전사다리 등 주로 탑차에 적용되는 물류장비를 제작·판매한다. 특히 영국의 물류기술업체 조로다(JOLODA)와 창립연도부터 기술제휴를 맺고 조로다의 상하역 시스템을 수입, 국내 실정에 맞게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다. 조로다 상하역 시스템은 화물을 트럭에 싣고 내리는 과정을 돕는 제품으로, 최근 세계 최초로 30톤 중량을 상하역할 수 있는 ‘자동상하역 트레일러’를 개발했다.

ASML
ASML

 

지난 1984년 설립된 ASML은 세계 굴지의 기술력을 지닌 첨단 반도체장비 생산업체다. 네덜란드 펠트호번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국내 법인은 지난 1996년 설립됐다. 지난해 기준 세계 노광장비 점유율 90% 이상을 기록했다. 노광장비는 반도체 원판(웨이퍼)에 전자회로를 새길 때 사용하며,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장비다. ASML은 특히 5나노미터 이하의 반도체 공정이 가능한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내년에는 3나노미터 이하 공정이 가능한 4세대 장비를 생산한다고 밝혀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등 전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의 ASML 노광장비 확보 다툼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성특장차
한성특장차

지난 2006년 설립된 한성특장(대표이사 이상우)은 가변축 및 에어서스펜션 전문 특장업체다. 윙바디와 냉동탑, 냉동컨테이너, 무빙워크 등 다양한 특장차 시장에 진출했으며, 맞춤형 주문제작에 대해 강점을 지니고 있다. 제1공장(인천), 제2공장(충북), 제3공장(평택) 등 총 3개의 생산공장을 보유했으며, 지난 2017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해 국가 인정을 획득했다. 이 같은 행보를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물류업체 쿠팡에 배송차량 5,000대를 수주하는 등 꾸준한 성과를 이어오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임원에게 듣다

국내 최초, 세계 최대의 자동상하역 트레일러가 그 모습을 드러내자, 롯데글로벌로지스 담당 임원은 글로벌 반도체 장비 수송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Q. 고급 반도체 품목의 운송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A.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육상과 항공, 해운을 아우르는 운송 전부문에서 글로벌 종합물류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운송에서 해운 비중이 70%, 항공 비중이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항공 운송의 약 70%가 비교적 빠른 운송을 요하는 고가 품목(반도체 포함)이 점유하고 있다.

Q. 30톤급 자동상하역 트레일러를 도입한 이유는?
A. 항공으로 운송되는 품목들은 대부분 고가의 제품 및 장비다. 특히 내년에 운송할 ASML의 반도체 장비는 대당 초가격대의 장비로서 조금의 충격도 허용되지 않을 만큼 민감한 제품이다. 그 탓에 이를 지게차나 크레인으로 상하차하는 작업에는 굉장한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에 신규 도입한 자동상하역 트레일러는 직접 항공기 밑으로 들어가 자동으로 화물을 상차하고 곧바로 반도체 공장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더욱 안전하고 신속한 운송이 가능해졌다.

Q. 반도체 품목 운송 시장의 전망은?
A. 첨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반도체 제품의 초정밀도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향후 2년에서 3년, 길게는 5년 중장기 투자 계획들을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신규 장비 도입도 이러한 트렌드에 발 맞춰 반도체나 조선 기자재를 취급하는 화주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이뤄졌다. 자동상하역 트레일러의 선제적인 도입도 국내외 초정밀 반도체 장비의 수출입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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