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떨어지는 일부 매체 보도
“포터·봉고, 3년 뒤 전기·LPG만 나온다”
정부 보급계획·영업용 차주 수요 고려하면
1톤 디젤트럭 2030년까지 판매 불가피 할듯

“2024년부터 포터2와 봉고3의 디젤 모델이 단종된다.”

지난달 일부 매체들을 통해 보도된 내용이다. 관련 기사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이르면 2023년부터 1톤 디젤트럭을 판매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보다 상품성을 높인 전기와 액화석유가스(LPG) 모델을 출시해 디젤트럭을 대체하며, 이 과정에서 기존에 없던 포터2 LPG 모델이 새롭게 등장한다.

1톤 디젤트럭의 수명이 채 3년도 남지 않았다는 주장인데, 나름의 근거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탈(脫)탄소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2023년부터 택배차량으로 디젤트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점 ▲현대차·기아의 1차 협력업체 중 하나가 소상용 트럭용 신형 LPG 엔진(세타3 T-LPDI)에 쓰이는 핵심부품을 2024년부터 4년간 현대차그룹에 186억 원 규모로 공급하기로 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1톤 디젤트럭의 퇴출 시기가 2024년 즈음으로 좁혀진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추측성 보도’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현대차의 공식 답변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여러 정황을 따졌을 때 1톤 디젤트럭은 적어도 2030년까지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2024년까지 전기와 LPG트럭만으로 연간 국내 1톤 트럭 수요를 충족하기가 어렵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포터2와 봉고3의 판매대수는 약 15만 7,000대다. 디젤 모델이 85% 수준인 약 13만 4,000대 팔렸으며, 나머지 15%를 전기 모델(약 1만 4,000대)과 LPG 모델(약 9,000대)이 각각 9%, 6%씩 나눠가졌다. 디젤 모델이 단종될 경우 전기와 LPG 모델의 생산량이 13만 대 이상 늘어나야 한다는 뜻인데,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정책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는 지난해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2021년부터 2025년까지 1톤 트럭 13만 5,000대를 LPG트럭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24년의 LPG 1톤 트럭 보급 목표대수는 3만 대다. 전기트럭 보급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2024년의 1톤 전기트럭 보급 목표대수는 약 5만~6만 대로 추정된다. 매년 보급대수가 1만 대씩 늘어난다는 가정에 따른 수치다. 결국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는 친환경트럭의 2024년 보급대수는 9만 대 수준으로 여전히 1톤 트럭의 전체 수요인 16만 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친환경트럭 생산량을 추가로 늘린다 해도 판매량이 받쳐 줄지는 미지수다. 전기트럭의 경우 긴 충전시간과 짧은 주행거리라는 특성 탓에 영업용 차량으로 부적합하다는 평을 받는다. 현재 전기트럭 대부분이 근거리 배송 및 시내운송 용도로만 활용되는 이유다. 그나마 영업용 화물차주의 구매를 유도한 것이 ‘영업용 번호판 무상발급 혜택’이었는데, 내년 4월부터 이 혜택이 사라지면서 영업용 차주의 수요는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LPG트럭도 충전인프라가 문제로 꼽힌다. LPG 엔진 특성상 디젤트럭보다 정숙하고 연료비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연비가 낮아 같은 거리를 이동하더라도 디젤트럭보다 충전을 더 자주 해야 하며 충전소 개수도 디젤 대비 1/5 수준에 불과하다. 무거운 짐을 싣기에 차량의 힘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신형 LPG엔진을 탑재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디젤트럭보다 찻값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사라진다. 결국 정부의 친환경트럭 보급규모와 영업용차량으로서 부족한 충전인프라 및 차량 성능 등을 감안할 때 1톤 디젤트럭을 2024년에 단종시킨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현재 우리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 시기는 2050년이다. 동일한 목표를 지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최근 2035년까지 EU 내 내연기관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유럽의 자동차 평균 보유 연한을 15년으로 잡았을 때 2035년까지 신차의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어야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따르듯 다임러, 볼보는 2030년부터 100% 전기차만 생산한다고 밝혔다. 같은 논리를 국내에도 적용할 수 있다. 1톤 트럭의 평균 운행 기간을 15년으로 잡을 경우 디젤트럭은 늦어도 2030~2035년에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국내 탄소중립 계획을 고려해도 디젤트럭의 판매는 2030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중대한 정책 변화가 없는 한 2024년에 디젤트럭이 단종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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