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운송주선→화물앱까지 60년 역사
화물운송중개와 일감확보 시대 따라 변화
‘화물앱’ 편리하지만 일감·운임 되레 ‘하락’

“화물운송업에 입문하고자 합니다. 선배님들은 어떻게 일감을 구하시나요?”

예비 화물차주 A씨는 온라인 트럭 커뮤니티에 이 같은 게시글을 올렸다. 회사를 관두고 제2의 직업으로 자영업과 화물운송업 중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찰나, 주변엔 화물운송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없어 인터넷 커뮤니티를 찾았다. 

선배 화물차주는 각자 조언을 건넨다. 차량 구매부터 영업용 번호판 획득까지 갈 길이 멀지만 일자리를 구하는 방법은 ‘화물콜 어플(이하 화물앱)’로 어렵지 않게 해결된다. 스마트폰에 화물앱을 다운받고 차량을 인증하고 가입비 및 수수료만 내면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서 운행할 수 있다.

통신기기가 발전하기 이전엔 어떻게 일감을 구했을까. 지역 운송업체에서 알음알음으로 일감을 구했던 시절부터 화물앱까지 화물운송중개업의 역사를 돌아봤다.

60~80년대
지역 운송업체와 트럭터미널 중심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화물차 운송주선업이 등장했다. 당시 도로망이 열악해 대부분의 물류가 철도에 의존하는 시기였고 화물운송업은 서울, 부산 등 철도를 가진 대도시 중심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대다수 운송업체는 인근 지역만을 운행했다. 

초창기에는 지역 운송업체가 화주의 요청을 받아 화물차를 수배·연결하는 식으로 출발했으며 이후 사무실·주차장 등 제반 시설을 갖추고 고정차량을 통해 배차하는 등 중개·대리 형태로 발전했다. 

70년대에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육상 화물운송업도 본격적인 기지개를 켰다. 육상 화물운송업은 경부고속도로를 기반으로 성장해 4년 만에 이용률 52.5%, 이듬해엔 56.7%로 급증했다.

80년대부터는 트럭터미널이 설립됐다. 정부는 지방 화물차의 공차를 방지하고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도시 외곽도로, 철도 등 교통시설과 도매시장 등 유통시설을 잇는 위치에 트럭터미널을 세웠다. 이에 동부물류터미널을 시작으로 서부트럭터미널, 한국화물터미널 등 트럭터미널이 속속 생겨났다.

트럭터미널은 전국에서 모인 화물을 한 곳으로 모았고 화물차주는 화주, 운송업체로부터 화물을 위탁받아 지역 내 터미널까지 수송 임무를 도맡았다. 이곳에 화물취급 장소, 화물보관 시설, 주차장, 정비소 등 화물차주를 위한 시설이 배치돼 이 시절의 화물차주는 대부분 터미널에서 일거리를 찾았다.

90년대
“일감은 얼마든지 있다” 화물업 전성기
90년대는 경제호황과 맞물려 화물차주의 일거리가 넘쳤던 시기다. 업력이 굵은 한 화물차주는 ‘맨땅에 헤딩하듯 트럭을 사서 터미널로 가면 일을 구할 수 있었다.’며 소회했다.

트럭터미널은 화물차주의 삶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터미널에 상주하는 운송업체들이 각자 지역별 노선을 갖고 영업했으며 운송업체들이 화주로부터 물량을 받아 화물차주에게 해당 지역을 공표하면 운행하길 원하는 화물차주가 일감을 받아 출발했다.

여기에 ARS(자동응답시스템)와 TRS (주파수 공용 통신 시스템) 무전기의 발달로 일감 구하기는 더욱 쉬워졌다. 차주들은 트럭터미널에 가서 일감을 찾거나 각자 차량에서 대기하며 오더를 받고 화물운송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2000년대
IMF 이후 화물차주 수요 폭증으로 ‘몸살’
90년대 말 외환위기를 맞아 물류운송이 주춤했다.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화물차 판매대수가 추락하자 정부는 시장 부흥책으로 신규 운송사업자 등록 기준을 완화했으며 1999년 영업용번호판 등록체제를 기존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했다.

그 결과 화물차주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구조조정 이후 제2의 직업을 찾아나선 중·장년층이 해고당하지 않고 진입 장벽이 낮은 화물운송업에 뛰어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7년 이후 5년간 영업용 화물차 대수는 96%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폭증하는 화물차주 수요를 물동량이 충족시키지 못했고 수요 폭증은 운임덤핑 문제로 이어졌다. 5톤 이상의 화물차주의 월평균 소득은 2003년 말 기준 165만 원으로 1997년 202만 원에 비해 82%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에 2003년 민주노총 산하의 화물연대가 화물차 시장 진입을 억제하고 운임을 보장해달라며 대규모 파업에 돌입했다. 정부는 2004년 번호판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면서 진입 장벽을 높였고 이 시기부터 화물운송시장은 폐쇄성을 띄기 시작했다.

2010년대~현재
‘화물앱’이 일감 절반 이상 차지
2010년대 스마트폰 보급이 활성화됨에 따라  화물운송시장의 구조도 급격히 개편됐다.

이 때부터 화물앱이 등장하며 트럭터미널로 향하는 화물차주는 더욱 줄어들었다. 화물차주는 지역에 관계없이 전국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으며 신규 화물차주까지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시대가 열렸다. 

화물앱의 성장세는 매섭다. 한국교통연구원의 ‘2018 화물자동차 운송·주선업체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운송업체가 화물운송 차량을 확보하기 위하여 화물정보망을 이용하는 경우가 2016년 26.0%, 20 17년에는 44.6%로 집계됐다. 

현재 영업용 화물차 대수와 화물앱 가입자 수를 비교했을 때 60% 이상 넘었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2년 간 출시된 화물앱만 20여 개가 넘는다.

화물앱으로 인해 화물차주의 일감 구하기는 방법은 매우 간편해졌다. 원하는 짐이 있으면 배차 신청을 누르면 되고 화주와 연락해 화물을 실을 장소로 가면 된다. 업무가 끝나면 다시금 어플을 열고 다음 일거리를 찾을 수 있었다. 소속된 운송업체 없이 콜바리(화물앱으로 일감을 찾는 사람)로 운행하는 화물차주도 등장했다.
하지만 동시에 부작용도 생겨났다. 일감 구하는 방법이 쉬워진 만큼 터무니없이 낮은 운임이 어플에 등장하기도 했으며 일부 신규 화물차주는 적정 운임을 알지 못해 그 가격을 잡고 운행하기도 했다. 

또한, 일부 화물차주는 ‘지지기’ 등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해 좋은 운임을 가로채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간 폐쇄적이었던 화물운송시장이었으나 화물앱을 통해 누구나 쉽게 화물운임을 확인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때부터 저운임 문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화물앱을 이용하는 한 화물차주는 “물가는 오르는데 화물앱에 올라온 일감은 화물앱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운임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하며 “화물앱 이용자끼리 일감에 대한 자정작용을 하려고 노력해도 화물앱 쪽에선 나몰라라 하거나 답변이 느리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모바일 시대의 화물앱은 긍정과 부정적인 요인이 교차되면서 화물차주들에겐 일상화된 영업수단으로 자리를 잡아나갈 것이라는 데에는 별로 이견이 없다.
 

화물차주가 일감을 구하는 방법은 화물업 거점 혹은 통신기기의 발달과 함께 달라졌다. 60년대 지역 운송업체, 80년대 트럭 터미널, 90년대 ARS 및 TRS 무전기, 2010년대 화물앱 등 오랜 시간을 걸쳐 발전했다.
화물차주가 일감을 구하는 방법은 화물업 거점 혹은 통신기기의 발달과 함께 달라졌다. 60년대 지역 운송업체, 80년대 트럭 터미널, 90년대 ARS 및 TRS 무전기, 2010년대 화물앱 등 오랜 시간을 걸쳐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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