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트럭 시장 개척했더니 완성차업체, 독식의지로 진출
중소업체들 판매계약 맺고도 전기트럭용 섀시 확보 못해
브랜드 열세에 가격경쟁력마저 상실...정부 지원책 절실

독자적으로 전기트럭을 개발, 전기트럭 시장 형성에 큰 기여를 해온 파워프라자(위)와 제인모터스(아래). 이들 업체는 대기업의 진출로 판매에 큰 어려움을 겼고 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택배, 배달 등 단거리 노선의 도심 물류운송업체를 중심으로 전기트럭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친환경 차량이란 점 외에 경제적 이점 때문이다. 실제, 전기트럭의 연간 유류비는 디젤트럭에 비해 50%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공영주차장 주차비,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전기트럭은 최근까지 시장성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짧은 주행거리나 디젤트럭 대비 2배 이상 비싼 차량가격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애써 공들여 형성한 전기트럭 시장인데…
그러나 파워프라자, 제인모터스 등 몇몇 중소 전기상용차 제작업체가 수년 전부터 전기트럭 개발을 주도하면서, 모터쇼나 전시회 등을 통해 전기트럭의 부정적 인식을 깨기 시작했다. 그러던 지난해부터 전기트럭은 영업용화물차 수급조절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본격적인 시장성을 갖추기 시작했다.

올해 정부가 계획한 전기트럭의 보급 물량은 7,500대, 시장 규모는 약 2,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까지 국고보조금 혜택을 받은 전기트럭이 1.150여대임을 감안하면, 6배 이상 보조금 지원 대수가 늘었다. 이와 함께, 올해 국고보조금 자격을 획득한 전기트럭은 7개사 10개 모델로 파악됐다.

중소 전기상용차 업체들이 선도적으로 전기트럭을 개발하고, 시장성을 갖추게 한 결과로 여겨진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올해 전기트럭 국고보조금으로 1,092억원(전년도 180억)을 책정하자, 그동안 전기트럭 시장성을 관망하던 현대 및 기아자동차 등 완성상용차 업체도 소형상용차 사업부를 중심으로 연달아 전기트럭을 출시했다. 지난해 말 현대차가 포터Ⅱ 일렉트릭을, 올해 초 기아자동차는 봉고3 EV를 선보인 것이다. 

이를 두고, 초기 전기트럭 시장을 형성해 나가던 중소 전기상용차 업체들로서는 영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전기트럭 출시를 준비했던 일부 업체는 포기까지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기트럭 제작 시 완성상용차 업체에서 트럭을 구매해 전기트럭으로 개조하는 만큼,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럭에서 나오는 엔진, 변속기 등의 파워트레인을 별도로 처분해야 하기에 경쟁하기에는 매우 불리한 조건이다.

완성차업체 기다렸단 듯 본격 진출
중소 전기상용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어렵게 전기트럭을 개발하고, 시장을 형성해 봤자, 결과물은 대기업이 고스란히 채가는 형국”이라며 완성차업체들의 시장 독점행위를 못마땅해 했다.   

관계자의 이 같은 우려는 완성상용차 업체와의 전기트럭 가격 차이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적재중량 1톤급 전기 소형트럭의 가격을 보면, 완성차 업체에서 제작한 경우 4,000만원 초반부터 시작한다. 반면에 중소업체의 경우는 4,000만원 중반부터 5,000만원까지 상대적으로 높다.  

여기에 전기트럭 활성화를 위한 전기트럭 국고보조금 또한 중소 전기상용차 업체의 전의를 한풀 꺾이게 만든다. 적재중량만 같다면, 보조금 금액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소형 전기트럭 기준으로, 국고보조금은 차량 등록 단계에서 세제혜택(취득세 140만원/공채 250만원 한도 감면)과 전기트럭 보조금(정부 1,800만원+지자체별)이 지원된다.

정리하자면, 완성상용차 업체의 소형 전기트럭은 기존 디젤트럭 가격인 2,000만원 전후로 구매 가능한데 반해, 중소 전기상용차 업체의 소형 전기트럭은 3,000만원 대에 형성돼 있어 수년간 시장 개척에 힘썼음에도 불구하고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결국 중소 전기상용차 업체들은 브랜드 이미지와 가격경쟁력이란 강력한 무기를 지닌 완성상용차 업체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  

일례로, 중소 전기상용차 업체들은 소량 및 단건으로 전기트럭을 판매하는 데 반해, 완성상용차 업체는 대량의 판매를 즐기고 있다. 현대차의 포터2 전기트럭이 출시 하루 만에 700대 이상 판매를 예약 받은 경우가 좋은 예다. 

틈새시장?  특장용 전기트럭도 내놔! 
이 때문에 중소 전기상용차 업체들은 전기 냉동탑차 등 특장용도로 틈새시장을 두드렸지만, 이 또한 완성상용차 업체는 기다렸다는 듯, 동급 전기 냉동탑차를 출시함으로써 중소 전기상용차의 시장진입 의지를 원천적으로 꺾고 있는 상황이다.  

상용차 업계는 올해 전기트럭의 시장규모가 지난해보다 10배가량 증가한 1만대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동시에 완성상용차 업체와 근본적으로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 중소 전기상용차 업체들을 보호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기 상용차 개발에 주력해 왔던 모사의 대표는 “중소기업이란 입장에서 전기트럭을 어렵게 개발한 뒤 수 십대의 차량을 운송업체에 납품하기로 결정했지만, 완성상용차 업체가 전기트럭용 차량을 지원하지 않는 바람에 계약이 무산됐다.”고 전하며 “그래서 대부분의 중소 전기상용차 업체들의 전기트럭용 섀시를 국산 제품이 아닌 해외 제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란 입장에서 안정적인 섀시 공급처로 해외를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상용차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 전기상용차 업체들의 동일한 가격 선상에서 완성상용차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차별화된 국고보조금 지원, 전기트럭용 차량공급 방해 등 불공정 행위 엄단, 각종 정책 지원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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