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은 ‘아예’, 버스는 전기·수소에서 긍정변화
상용차 특성상 주행거리·충전시간 등이 관건
글로벌 상용차 시장선 ‘친환경 연료’가 대세로

글로벌 상용차 제조사들이 배출가스가 현저히 적거나, 전혀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엔진 개발에 한창이다. 환경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더욱 높은 배출가스 규제기준을 충족하는 디젤 엔진을 개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것도 한몫한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해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의 국제상용차박람회인 ‘IAA 2018’에서는 많은 참가 업체들이 ‘디젤 프리’라는 명목하에 디젤 엔진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하기도 했다. 다만 대형화물을 운송하거나 장거리로 승객을 싣는 상용차의 특성상, 친환경 엔진 개발에 있어 업체별 온도 차는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젤 엔진에 버금가는 출력과 연료 효율성 ▲긴 주행거리 ▲보다 짧은 충전시간 ▲연료 저장장치의 경량화 등을 모두 고려하면서, 디젤을 대체할 수 있는 미래의 대체 연료로 천연가스와 전기, 그리고 수소가 주류를 이루었다. 

글로벌 시장의 이같은 친환경 상용차 개발추세는 국내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디젤 상용차에 있어 유럽의 엄격한 환경규제를 따르고 있는 한국은 정부 및 에너지 관련 공기업의 지원 하에 친환경 상용차 개발 및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글로벌 상용차 시장의 친환경 상용차 개발 추세는 디젤연료를 기반으로 한 엄격한 배기가스 규제치를 강화하면서 ▲CNG(압축천연가스)와 LNG(액화천연가스)로 대표되는 천연가스 ▲전기동력 ▲수소연료전지 등을 친환경 상용차의 동력원으로 개발·보급 중이다. 

천연가스, 디젤의 가장 현실적인 대체연료로 주목
디젤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천연가스로는 CNG와 LNG가 꼽힌다. CNG는 이미 시내버스 중심으로 천연가스 연료로 활용될 만큼 보편화돼 있다. 다만 트럭에는 미미한 정도에 그치고 있다. 

LNG는 버스의 경우 제로 수준이고, 트럭은 갓 태어난 정도다. 그럼에도 천연가스가 가까운 미래에 디젤연료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디젤연료에 비해 엔진 출력이 뒤떨어지지 않는 데다, 연소 과정에서 유해물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 청정연료이기 때문이다. 

실제, 환경부의 ‘LNG화물차 보급 타당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LNG 차량은 경유 대비 미세먼지(PM) 100%, 질소산화물(NOx) 96%, 이산화탄소(CO2) 19%의 오염물질 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NG는 LNG에 비해 보관 용기가 커 운행 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지만, 장착 비용 및 구조가 간단해 현재 시내버스에서 사용이 보편화돼 있다. 상당 수준의 운행대수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수입 상용차 업체인 만트럭버스코리아도 국내에 CNG버스를 보급할 정도로 충전 기반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LNG는 초저온 대형 저장탱크 개발이 진전됨에 따라, 테스트용 상용차량으로 갓 태어난 정도다. 

구체적으로, LNG트럭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들어 9월까지 단 한 대도 등록돼 있지 않다. 타타대우의 LNG트럭이 올 4분기에나 한 자리수 정도로 등록될 것으로 알려지는 정도다. 이에 반해 CNG트럭은 시장에는 나오고는 있지만,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판매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볼보트럭 'FH' LNG트랙터.

CNG는 버스, LNG는 트럭으로 개발 흐름
트럭시장에서 미래연료로 가장 눈길을 주는 천연가스는 단연 LNG다. CNG가 버스 쪽이라면, LNG는 트럭에 개발컨셉이 맞춰져 있다. 

이는 액화된 가스를 활용하기에 기체인 CNG보다 보관할 수 있는 양이 많아 주로 장거리를 운행하는 대형트럭의 연료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2018년 말 기준, 중국 30만 대, 미국 5,000대, 유럽 5,500대의 LNG 대형트럭이 운행되고 있을 정도로, 해외에서는 상당한 수준이다.

글로벌 상용차 제조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천연가스를 활용하는 업체’로 선정된 이탈리아의 이베코(IVECO)는 자사의 친환경 플래그쉽 트랙터 ‘스트라리스 NP’로 영국 런던에서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1회 충전으로 약 1,728km까지 주행하는 데 성공하면서 LNG트럭 시장에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국내에서도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천연가스·수소차량협회의 적극적인 참여로, LNG트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대전 낭월에서 타타대우상용차의 LNG트럭이 시범 운행으로 첫발을 내민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부산항에서 LNG트랙터가, 11월에는 인천 서구에서 LNG믹서트럭이 각각 시범운행에 돌입했다. 

수입 상용차 업체인 볼보트럭코리아 역시 지난해 아시아 지역 최초로 국내서  ‘볼보 FH LNG’ 트럭을 시범 공개했다. 유로6 환경기준을 충족하는 G13C엔진을 통해 최고출력 460마력, 최대토크 235kg·m과 같은 기존 디젤 엔진 차량과 동등한 동력성능을 내세웠다.

이처럼 LNG트럭에 대한 시장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데는, 친환경 연료라는 점 외에 경제성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타타대우 조사에 따르면, 1년간 시범운행 결과 환경개선 효과는 물론, 기존 디젤 엔진을 탑재한 트럭보다 운영 비용이 약 27% 저렴하게 나타났다. 정부가 LNG 트럭 구매 시 보조금을 지원한다면, 경제성은 배가될 전망이다. 

이같은 경제성을 바탕으로, 한국가스공사는 LNG트럭 보급을 위해 차량개발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자체적으로 LNG트럭을 2024년까지 27대 추가 보급하고 동시에 항만에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야드 트랙터 또한 올 연말까지 100대 추가로 보급할 계획이다.

타타대우상용차 '프리마' LNG트랙터.

가스공사 주도 LNG트럭 보급과 충전 인프라 구축
10년 전 LNG트럭 보급사업에서 실패를 경험 한국가스공사는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충전 인프라 문제로 보고 중장기적인 충전 인프라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LNG트럭을 모는 입장에서도 원하는 지역에 충전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한다면, 사용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상용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LNG트럭이 경제성면에서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충전소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는다면 활용가치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운송업계, 정부기관 등이 함께 충전소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LNG트럭 보급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지작햇다.

현재 LNG트럭 시장은 막 시작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국단위의 충전소가 태부족 상태다. 이에 한국가스공사는 2021년까지 항만, 화물터미널, 휴게소 등 트럭 유동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LNG충전소 20여 개를 신설할 계획이다.

충전인프라 구축비용을 낮추기 위해 신규 LNG 충전설비 개발도 진행 중이다. 기존 LNG 충전소 비용의 60% 수준인 소형 LNG충전소와 언제 어디서든 가스 충전이 가능한 이동식 LNG충전소가 그것이다. 

아울러 LNG충전소 구축이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인 2022년부터는 민간이 주도하여 추가 90여 개의 충전소를 건립한다는 구상도 마련한 상태다. 

한국가스공사는 충전 인프라 구축과 LNG트럭 보급이 제대로 된다고 가정했을 때를 가정해서, 6만 대의 LNG트럭을 14년간 운용 시 약 2조 1,000억 원의 환경편익이 발생하고, 4조 3,000억 원의 물류비가 절감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환경규제로 수출이 급감하고 있는 디젤트럭을 대신해 LNG상용차 개발 및 보급으로 국내 상용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했다.

친환경의 대명사? 순수 전기상용차 
전기 자동차는 자동차 브랜드의 열띤 홍보로 친환경차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배터리에 충전된 전력으로 모터가 구동되기 때문에 소음이 거의 없으며, 배기가스 배출도 전혀 없다. 모터의 엔진회전수에 따라 토크가 올라가는 내연 기관과 달리, 정지 상태에서부터 최대 토크를 발휘할 수 있어 출력 면에서도 상용차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국내 보급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2019년 3분기까지 국내에 등록된 전기버스는 357대, 전기트럭은 68대다. 영업용으로 한정할 경우 전기트럭은 5대에 불과하며 중대형급은 전무하다.

차종별 성장세도 온도 차가 뚜렷하다. 버스의 경우 정부의 구매보조금 지원 사업이 확대되면서 등록대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트럭은 이제 막 초소형 전기화물차나 1톤급 전기트럭을 선보이고 있는 단계다.

반면, 해외에서는 이미 중대형급 전기트럭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볼보트럭, 벤츠트럭, 만트럭 등 유수의 트럭 브랜드가 모인 유럽에서는 일찍이 물류운송 부문에서 중대형 전기트럭이 상용화됐고, 미국에서도 테슬라, 토르트럭 등이 대형 전기트럭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도로 인프라를 활용한 전기트럭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독일과 스웨덴은 노면 위에 ‘팬터그래프’라고 불리는 전력 케이블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을 테스트 중이다. 프로젝트에는 스카니아와 전기전자기업 지멘스(Siemens)가 참여하고 있다.

전기차 분야 세계 1위로 꼽히는 중국도 우수한 기술력을 자랑한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보급정책과 지원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에 전기버스를 수출하고 있고, 지난 4월 열린 상하이모터쇼에서는 진보한 기술력의 중대형 전기트럭을 전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행거리와 긴 충전시간이 전기 상용차의 상용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 이미 완성형에 접어든 전기 승용차에 비해 현재 대형 전기트럭에 적용된 최대 주행거리는 200km 수준으로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엑시언트' 수소트럭.

순수 전기 한계 뛰어넘는, 수소연료전지 
전기의 장점을 그대로 계승하고 단점을 보완해주는 연료는 바로 수소연료전지(이하 수소)다. 전기차와 부품을 70% 이상 호환 가능할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주행거리가 길며, 충전시간은 10분 내외로 짧다. 

정부의 확실한 지원으로 수소차는 현대자동차가 세계 시장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우선 2040년까지 수소트럭 3만대와 수소버스 4만대 등 총 7만대의 수소 상용차를 국내 보급할 계획이다. 동시에 핵심부품을 100% 국산화하고, 80만km까지 달려도 끄떡없는 내구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디젤 상용차로는 넘기 어려운 유럽, 미국 등 선진 상용차 시장에 대형 수소트럭을 수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과정에서도 성과도 내고 있다. 현대차는 스위스 수소 에너지기업 ‘H2에너지’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2025년까지 대형 수소트럭 1,600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차의 수소버스는 경찰 등에 공급하는 등 모습을 줄곧 보이고 있지만, 수소트럭은 콘셉트카를 제외하고 실물로 공개된 적은 없다.

해외에선 중국과 일본이 수소상용차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차이나 수소 이니셔티브’를 선언하며, 세계 최대의 수소차 시장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둥펑, 위통, 포톤 등 굵직한 브랜드들이 차량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도 비슷한 행보다. 일본은 내년 개최되는 도쿄올림픽을 ‘수소올림픽’으로 명명하고, 현장에 수소버스 100대를 보급할 방침이다. 차량 공급을 맡은 업체는 도요타로 최근 현대차, 쉘, 넬, 니콜라, 에어리퀴드 등 5개사와 글로벌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수소상용차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연료전지에 백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차량 가격이 매우 높아 기술 개발을 통한 원가절감이 상용화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선 이미 친환경 상용차가 상당수준의 개발단계를 지나, 보급단계에 접어들었다. 한국도 이 대열에 당당히 합류하는 시점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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