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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형트럭과 소형트럭 간 갈등 ‘혼적’여러 짐이냐, 단일 짐이냐 차주간 생존경쟁
화물차의 낮은 운임단가가 빚어낸 결과물
“안전운송운임제·주선수수료 상한제가 대안”

화물운송시장의 저운임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물가, 기름값, 차값은 다 오르는데 화물차 운송료만 제자리걸음이다. 한 대의 차량을 다 채우지 못하는 한 건의 오더만으로 짐을 실어 나르는 단일 짐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벌어보고자 여러 건의 오더를 받아, 화물을 섞어서 실어 나르는 혼적(混積)이 성행하고 있다.

중대형트럭의 혼적이 성행하면서 화물차주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오더 상 단일 화물보다 여러 건의 화물을 한 차에 실어나르는 것이 운임수입 면에서 훨씬 낫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영업용 화물차주들 사이에서 ‘혼적’이 인기다. 급기야는 일부 화물차주가 혼적으로 이득을 보자,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로 다툼마저 벌어지는 양상이다.

그동안 혼적은 영업용 화물차주 간 ‘상도덕’ 측면에서 다뤄졌다. 법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시장질서 유지를 위한 암묵적인 룰이었다.

그러나 운송시장상황이 계속해서 나빠지자 혼적 수요가 늘고, 더 이상 혼적 행위를 숨기지 않는 화물차주들도 많아졌다. “부족한 운임을 혼적 오더로 메우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라는 것이다.

혼적을 하는 이들만의 은어도 등장했다. 이른바 ‘구찌’라는 단어는 하루에 몇 건의 짐을 상·하차했는지를 에두르는 말이다. 예를 들어 다섯 건의 짐을 혼적했다면 ‘5구찌’인 셈이다.

혼적에 대한 이 같은 인식 변화는 중대형트럭 차주와 소형트럭 차주 간 갈등으로 번졌다. 혼적을 하는 중대형트럭 차주들은 혼적이 시장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적응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소형트럭 차주들은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라고 반박하고 있다.

“혼적 비판은 현실 모르는 주장”
혼적을 옹호하는 화물차주들은 혼적을 거부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유경제 시장에서 어떠한 형태든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다. 그래서 이들은 혼적은 이윤을 추구하는 방식일 뿐 불법이 아님을 내세우고 있다.

더욱이 운임단가가 낮은 현재의 운송시장 환경에서는 독차(獨車)만으론 원하는 수익을 가져갈 수 없다는 것도 혼적하는 이유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혼적을 옹호하는 한 화물차주는 “현재 운송환경에서는 효율적으로 혼적 짐을 짜서 움직이는 차주들이 시장흐름에 맞게 일하고 있는 것이고, 혼적으로 인해 운임단가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겠지만, 화주들의 운송요금 부담이 줄어들어 더 많은 일거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과거 환경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장흐름에 따라 운전자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만 벌면 된다는 무한 이기주의”
반면에 혼적 반대 화물차주들은 혼적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주로 1톤~3.5톤급 트럭을 모는 화물차주들이다. 이들은 혼적이 “나만 돈 벌면 된다”는 무한 이기주의의 결과물이라며, 주선사업자만 배불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소형트럭 차주의 경우 혼적 오더가 늘면서, 일거리와 운임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과거에는 소형트럭 한 대를 이용해 보내던 짐을 큰 차에 혼적으로 실어 보내는 일이 잦아지고, 그로 인해 운임 수준마저 내려앉았다는 것이다.

과거에 혼적을 했다는 한 대형트럭 운전자는 “1톤 독차로는 25만원에 보내는 짐이 대형트럭에 혼적하면 15만원밖에 하지 않는다. 파손 우려가 있거나 취급에 어려움이 큰 화물이 아니라면 혼적으로 보내고픈 게 화주의 마음”이라며, “지금의 3.5톤 이하 차량의 저운임 현상은 대형트럭, 특히 5톤 차량이 혼적 오더에 몰려 빚어진 현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1톤 트럭을 몬다는 한 운전자는 “고정짐이 있는 경우는 조금 낫지만, ‘콜바리(일거리 주선 애플리케이션 사용)’에 의존하는 소형트럭 차주의 경우 죽을 맛”이라며, “혼적 오더가 늘면서 운임은 운임대로 줄고, 일거리 오더 또한 줄었다.”고 푸념했다.

운임 개선, 혼적 갈등 푸는 열쇠
이처럼 혼적을 둘러싼 화물차주들 간의 이해관계는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운송업계의 시각이다. 운송시장의 저운임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인 화물차주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점 때문이다.

운송업계에선 이 같은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시장구조의 변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 핵심은 저운임 현상의 개선이다. 현재 혼적이 문제로 거론되는 건 독차 오더만으로는 만족할만한 수준의 운임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의 대안으로 화물차 안전운송운임제(표준운임제)와 주선 수수료 상한제가 일찌감치 거론된 상태다. 안전운송운임제의 경우 정부가 공식적인 운임 하한선을 정해주는 만큼 저운임 현상을 해소할 수 있고, 수수료 상한제의 경우 주선사업자의 운송료 갈취를 줄여 운임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 화물차주는 “언제부턴가 혼적이 큰 차가 작은 차의 짐을 빼앗는 행위로 치부되고 있다.”며, “지금 중요한 건 당장의 이익을 좇아 으르렁댈 것이 아니라 독차만으로도 정당한 운임과 근로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갑론을박으로 이어지고 있는 혼적 문제. 본질적으로 저운임 현상이 빚어낸 현상으로, 운임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절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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