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PMG 자율주행 국가별 지수
한국, 작년 10위서 올해는 13위
자율주행 상용화 위해선 기술력 외
인프라, 소비자인식, 정책지원 절실

유럽, 미국 등 선진 상용차 시장에서 군집주행, 무선조종 등 자율주행과 관련된 기술 경연이 여전한다. 이에 뒤질세라 우리나라 또한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며,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상용차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자율주행은 수준은 어디까지 왔을까.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 KPMG 인터내셔널에서 발간한 ‘2019 Autonomous Vehicles Readiness Index(자율주행준비지수)’ 보고서에서, 자동차 전체(승·상용) 자율주행 준비지수 상위 25개국을 선정했다. 올해 우리나라는 25개국 중 종합 13위에 올랐다. 그러나 전년도(2018년) 10위에서 3단계나 하락했다.

평가 기준은 ▲정책·제도 ▲기술·혁신 ▲인프라(기반시설) ▲소비자 인식 등 4가지 항목에서 순위가 매겨졌다.

국가별로 순위를 살펴보면 네덜란드가 전년도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자동차 생산국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싱가포르가 전년에 이어 올해도 2위에 랭크됐다. 이어 노르웨이 3위(전년도 순위 없음), 미국 4위(3위), 스웨덴 5위(4위), 핀란드 6위(무순위), 영국 7위(5위), 8위 독일 8위(6위), 아랍에미리트 9위(8위), 일본 10위(11위) 등으로 나타났다.

10위권 안에 유럽국가가 6개국이나 포함돼 있다. 이외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강국 이스라엘은 14위, LCV(소형 상용차) 왕국 프랑스는 17위, 세계 전기버스 시장을 주름잡는 중국은 20위 그리고 남미 최강국 브라질은 25위를 기록했다.

한국, 인프라와 기술은 상위권
우리나라는 25개국 중 종합 13위에 올랐다. 구체적으로 정책·제도 16위(5.71점), 기술·혁신 7위(3.92점), 인프라 4위(6.23점), 소비자 인식 19위(3.93)를 기록하며, 종합점수 19.79점을 획득했다. 전년 대비 3계단 떨어진 순위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는 통신 부문에서 두드러지게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자율주행은 차량에 부착된 카메라와 레이더 이외에도 무선 통신망을 활용해 차량과 보행자 간 데이터를 실시간 공유하고 자율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의 4G 통신망의 커버리지(전파 도달 범위)는 96% 수준으로, 세계 최정상이다. 참고로 2위는 일본, 3위는 노르웨이다.

여기에 작년 12월 국내 최초 자율주행 실험도시 K-시티에 5G 통신만을 구축해, 인프라와 관련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기술 혁신 부분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 속에서 정밀지도 제작, 전기차 충전소 확충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자율주행 관련 특허 건수도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파트너쉽 부문에서도 미국, 독일, 이스라엘, 캐나다와 함께 최상위권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완성차업체인 현대차를 비롯해 SK텔레콤, KT,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자율주행과 관련해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 관련 정책과 소비자 인식은 기술과 인프라를 못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입법 절차가 까다롭다. 대표적으로 자율주행 준비지수 상위국들은 레벨4(고도 자동화) 이상의 자율주행을 일반도로서 허용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레벨3(조건부 자동화)까지 허용되고 있다. 이를 두고 노르웨이와 핀란드가 한국보다 종합순위가 높은 이유로도 꼽았다.

참고로 자율주행기술에 레벨(단계)을 부여한 건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다. 6단계(0~5)를 기준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분류했으며, 세계적으로 이 기준을 따르고 있다. 앞서 언급한 레벨3은 시스템이 모든 주행을 제어할 수 있지만, 운전자가 주행에 개입할 때는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레벨4는 운전자는 탑승하지만, 차량 스스로 주변 환경 모니터링이 가능한 상태서 주행이 가능한 단계다,

덧붙여, 자율주행 관련 경진 대회도 부족하다. 유럽을 비롯 세계 각국에서는 볼보트럭, 스카니아, 이베코 등 완성차 브랜드을 앞세워 군집주행 및 자율주행 대회가 열리는 것과 비교해 한국에서는 자율주행 체험 행사 정도로 그치고 있다. 자율주행이 여전히 공상과학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율주행 톱 국가, 이게 다르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와 2위를 차지한 네덜란드와 싱가포르. 이 둘 국가의 공통점이 있다. 정책과 인프라 그리고 소비자 인식에서 최상위권이지만, 기술부분에서는 중위권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다소 다른 양상이다.

종합 1위 네덜란드는 야간 및 군집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트럭을 개발했으며, 5G 통신망을 활용한 1,200여개의 스마트신호등을 설치하는 등 자율주행을 위한 도시를 구축하고 있다.또한 자율주행과 관련된 법안 개정 또한 적극적이다.

2위 싱가포르 또한 국가 전체가 자율주행을 위한 실험 도시로 사용되고 있다. 자율주행과 관련된 법안을 개정하고, 자율주행 버스 개발과 이와 관련된 정류소와 신호등 주변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반면, 기술부문 1위인 이스라엘은 종합 점수 14위를 차지했다. 정책과 인프라 관련 국내 제조 기반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ADAS 선두주자 모빌아이 등 자율주행과 관련한 뛰어난 기업을 갖고 있으나 국가 정책 특성상 수출 위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한 국내 자동차 관련 제조사가 없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자율주행은 단순히 기술 한 분야에 치중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에 맞는 인프라와 소비자인식 그리고 정책이 뒷받침돼야 비로소 빛을 발하는 기술이다. 기술 중심의 우리나라도 자율주행 준비지수 선진국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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