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한 병폐 ▲지입 ▲다단계 ▲물류사 불공정
국토부, ‘시장질서 개선방안 연구’ 용역 입찰
중장기적 관점서 연내 뚜렷한 로드맵 공개 예정

국토교통부가 화물운송시장에 만연해 있는 고질적 병폐를 개선하기 위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최근 ‘화물운송 시장질서 개선방안 연구’라는 주제로 연구용역 입찰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정부가 물류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발표한 ‘물류산업 혁신방안’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국토부는 이번 연구용역 결과를 통해 위수탁제(지입)와 다단계 관행, 대형 물류사 불공정 관행 등 3가지 문제에 대한 시장실태조사와 현황, 문제점 등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업계와 노동계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개선방안을 마련, 연내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할 방침이다.

지입과 다단계로 대표되는 화물운송 시장의 문제를 다시 한 번 짚어보고, 정부는 이를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지 알아봤다.

변질된 지입제, 장점보다 단점이 더 커
지입제는 일반적으로 고가의 영업용 번호판을 구매하기 어렵거나 일거리를 찾는데 지친 운전자들이 매달 번호판 임대료 명목의 ‘지입료’를 운수회사에 지불한 뒤, 차량에 운수회사 명의의 번호판을 장착하고 그들이 제공하는 일감을 운송하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구조는 대만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방식이다.

지난 2004년 영업용 화물차 수급을 조절하는 허가제가 도입된 이후 영업용 번호판 거래 시 고가의 웃돈(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하면서 더욱 성행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일부 지입 전문회사의 부조리가 화물운송시장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계약서와 다른 거짓 일감을 알선하거나 무분별하게 지입료를 인상하는 등 화물차 운전자들의 생계를 어렵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안정적인 일감을 제공하거나 복잡한 행정업무를 도맡는 등 운전자들이 화물운송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입전문회사도 존재하겠지만 극히 일부일 뿐 화물운송 시장의 병폐로 지입제가 끊임없이 지목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낮은 운임 유발하는 ‘후진적 다단계’ 구조
현재 국내 화물운송시장은 업계 종사자들이 자율적으로 운임을 책정하는 자율운임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단계 거래구조라는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과정은 이렇다. 각각 10톤 트럭 4대를 보유 중인 가칭 A, B, C라는 운송 업체와 대형 화주 D가 있다고 가정하자.

대형 화주는 100톤의 물량을 보유 중이다. 이를 옮기기 위해 운송업체 A사에게 운반을 위탁한다.

운송능력이 40톤 뿐인 A사는 모든 물량 운반이 불가능하다. 이럴 경우 나머지 물량을 B사에게 의뢰한다. B사 또한 넘치는 20톤을 C사에 전달해 일을 마무리 짓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각 과정마다 관행처럼 주선업체가 수수료를 챙긴다.

주선 수수료에는 브레이크가 없어 주선 명목으로 운임을 얼마든지 떼어가도 법이 보호해 주지 못한다. 떼이고 떼인 수수료에 뼈다귀만 남은 운임은 개인사업자 화물차 운전자 몫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화물 운송 임금이 똑같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정부는 3단계 이상 다단계 운송이 전체 운송 물량의 32.1%로 추정 중이다.

정부는 실제 운송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중간마진만 취하고 운임을 떨어뜨리는 다단계 운송을 현행 화물법에서 엄격히 금지 중이다. 그럼에도 물량확보 경쟁은 여전히 심화 중이며, 무면허 알선·주선업자까지 개입해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

제도적 악순환을 정화하지 못하면, 운송 임금을 올린다 한들 궁여지책이 될 수밖에 없다.

구체적 해결 방안은 연내 공개 예정
이에 정부는 제도의 단계적 폐지와 더불어 폭넓은 대안을 제로 베이스(Zero-Base)에서 검토,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할 예정이다.

지입제는 총 세 가지 개선안을 내놨다. 1안은 기존 지입계약의 갱신을 제외한 신규 지입을 금지하고, 2안은 지입전문회사에 대해서만 신규지입을 금지한다. 업계에 약 3년 동안 적응기간을 부여해 결과를 지켜볼 방침이다.

마지막 3안은 지입제를 존치하되 각종 부당한 금전요구, 지입료 과다인상을 법률로 금지한다.

더불어, 자동차 등록원부에 지입차주가 직접 현물출자 기재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등 차주권익 강화방안은 조속히 도입할 예정이다.

다단계 관행도 근절에 나선다. 먼저 직접운송의무제 시행을 강화한다. 비율을 점진적으로 상향한다는 방침이다.

예를들어 의무운송 비율이 현재 50%라면, 2020년에 55%, 22년에 60%로 올린다는 이야기다. 운송과 주선 겸업도 마찬가지다.

중장기적으로 주선업 체계개편도 검토 중이다. 주선업에서 단순 알선업을 분리한다. 주선은 허가를 동결, 알선사업자는 공급제한을 폐지해 수수료 경쟁을 유도한다. 이를 통해 다단계를 방지하고 수수료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최근 늘어나는 화물 정보망의 관리 및 감독은 보다 상시적인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안전운임신고센터를 늘려, 정보망을 점검·감독한다.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를 도입해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 방침이다.

대형물류사 불공정 관행도 차단한다. 화주로부터 지급받은 운임을 공개하는 운임공표제를 도입하고, 물류기업 준법 등급제를 시행한다.

운임공표제는 운송 위탁비율이 높은 대형사에 우선 적용, 점진적·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물류기업 준법 등급제는 운송실적, 운임수준, 불법·불공정행위 이력을 종합한다. 평과결과에 따라 증차제한을 두는 등 불이익을 부과해 성실한 이행을 유도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연내 나올 예정이다. 지입제 개선 로드맵과 차주 권익 방안에 대한 내용은 각격 10월 및 12월에 공개, 다단계 직접운송 의무비율과 불법행위 감시체계에 대한 내용은 12월에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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