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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주차공간 부족에 시달리고
차고지 증명에 얽매이고
2.5톤 이상 영업용 화물차의 생고생
1년마다 주차공간 확보 후 신고해야
현실 외면한 행정 ‘법 따로 현실 따로’
일각 “도로변 주차 조건부 합법화 해야”

항구 도시 인천의 한 도로. 밤만 되면 주택가에 줄지어 주차하는 대형 화물차들로 북새통이다. 법규상 노란색 번호판을 단 영업용 화물차는 등록한 차고지에 주차해야 하지만 이를 위반하는 운전자가 많다. 등록한 차고지와 실제 거주 지역이 다르거나, 차가 아예 진입할 수 없는 곳이 버젓이 차고지로 등록된 경우도 허다하다. 차고지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영차고지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차고지 증명을 해야 하는 영업용 화물차들. 불법을 감수하고 도로변 주차를 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차고지 증명은 매년 하고 있지만, 거기가 어딘지도 모릅니다. 실제로는 거래처 주차장이나 도로변에 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과태료가 비싸긴 해도 주변에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어쩔 수가 없어요.” 서울의 한 화물차 주차장에서 만난 운전자의 볼멘소리다. 부족한 주차 공간과 화물차 차고지 증명제의 맹점을 단번에 보여준다.

‘화물차 차고지 증명제’는 2.5톤 이상 영업용 화물차를 대상으로 의무화된 제도다. 1년마다 차량의 주차 공간을 확보해 신고해야 한다.

문제는 차고지로 등록할만한 주차 공간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개인 사유지나 법인 소속이 아니고서야 공영차고지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지자체가 보유한 공영차고지 개수는 화물차 대수에 한참 못 미치는 실정이다.

돈 내고 주차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
일례로 인천광역시의 경우 관내 등록된 영업용 화물차(특수차 포함)는 3만 5,000여대에 달하지만, 화물전용 주차장은 32곳밖에 없다. 주차면수로는 3,738대에 불과한 규모다. 이마저도 전년 대비 26.8%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22개소 2,948면을 운영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오죽하면 차고지 양도 대기 순번까지 있을 정도다.

서울의 한 화물차 공영차고지에서 만난 운전자는 “이곳에 차를 댈 수 있기까지 꼬박 9개월을 기다렸다.”며, “웬만한 공영차고지는 신청한다고 해서 곧바로 차를 대지 못할 만큼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본인의 경우 “타지역 명칭이 기재된 지입 번호판으로 차고지를 등록해 실질적인 주차 공간이 없는 상황이었다.”며, “공영차고지를 양도받기 전까지 낸 불법주차 과태료만 1년간 460만원에 달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인천에서는 공영차고지 건립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화물연대 인천지부는 지난달 인천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화물차 주차장 신설 등 근본적인 주차난 해소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도로변 불법 주차된 화물차들.

굼뜬 대책 마련에 화물차주들만 피해
화물차주들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의 움직임은 지지부진하다. 올해까지 화물차 공영차고지를 조성하기로 했던 의왕시는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한 발짝 물러섰고, 여타 지자체들도 소규모 화물차 공영차고지 건립 정도만을 추진하고 있다.

그마저도 부지가 외딴곳에 위치해 화물차주들이 겪는 부담이 큰 편이다. 인천의 한 화물차 주차장에서 만난 운전자는 “주차비로 한 달에 20만원이 넘는 돈을 내고도 왔다 갔다 택시비와 시간이 추가로 든다.”며, “벌금을 내기 싫어 이곳에 차를 대곤 있지만, 차라리 집 근처에 불법주차를 하고 과태료를 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실적으로 지정된 차고지에 가지 않고 주거지나 회사 등 가까운 곳에 차를 대는 운전자가 많다고도 귀띔했다. 차고지 증명은 다른 지역으로 해놓고 실제 주차는 거주지 근처에 하는 식이다.

차고지 증명, ‘대행 브로커’만 이득 챙겨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고지 증명을 대행하는 브로커들만 이득을 보고 있다. 이들은 1년에 10만~20만원 남짓 수수료를 받고 차고지 주소만 빌려주는 방식으로 거래하고 있다. 차고지를 구하기 어려운 화물차주들로선 브로커에게 대행을 맡기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 이렇게 거래된 차고지 대부분은 실제 주차가 이뤄지지 않는다. 개중에는 아예 대형 화물차가 진입할 수 없는 지역이 차고지로 등록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차 차고지 증명제가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다.

대행업체를 통해 차고지 증명을 받았다는 한 화물차주는 “차고지 증명을 빌린 곳은 주차장이 좁아 따로 월 주차비를 낸다고 해도 주차할 수가 없다.”며, “집에서 16km 떨어진 한적한 공단로에 차를 세우고도 항상 경고 딱지가 붙을까 걱정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처럼 화물차 차고지 증명제는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을 오가는 화물차의 차고지를 한곳에 묶어두는 것부터 맹점인데, 여기에 맞물려 대형 화물차를 수용할만한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부족한 주차 공간과 탁상행정이 화물차 불법주차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화물차 업계는 “도심 외곽이나 대형 화물차 진입이 어려운 곳에 차고지를 두고, 증명제를 운영해봐야 큰 실익이 없다.”고 지적하고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화물차 주차장 확충과 도로변 주차 조건부 합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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