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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믿음 속 北을 응시하는 상용차 업계
남과 북이 만나면 ‘시장의 한계성’ 극복된다
[시나리오로 본, 남북경협과 상용차 시장]
건설현장 최첨병 덤프·믹서트럭 진출 늘면서
중고트럭 수출 활성화와 내수진작 효과 기대
국내외 상용차업체들 제2의 경쟁무대로 발전
지난 2월 열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지만, 남북경협 재개를 바라는 상용차 업계의 기대감은 여전하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다. 양측의 요구가 엇갈리면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어떠한 형태로든 원만한 합의로 경제적인 물꼬를 트면, 남쪽의 건설용 물자가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무너졌다.

그럼에도 상용차 업계는 희망을 접지 않고 있다. ‘궁하면 통한다(궁즉통·窮卽通)’는 격언처럼 언젠가는 대립을 벗어나 교류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후 남북, 북미 간 정상회담 가능성이 흘러 나오고 있다. 군사적, 정치적인 북한의 현안문제를 풀기 위함이다.

이 믿음은 경제공동체로서의 남북경협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전제 속에, 국내 상용차 시장의 ‘시장성 한계 극복’과도 무관치 않다.

현재 국산 및 수입트럭 업체 모두 역대 최악의 판매부진을 겪고 있다. 출고센터에는 재고가 넘쳐나고, 신차와 선순환해야 하는 중고트럭은 시장마저 거의 마비된 상태다. 위축된 구매심리와 건설경기 악화 등이 맞물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할 만한 돌파구도 마뜩잖아 보인다. 경쟁사보다 많은 금액을 할인해주는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 속에서 그나마 남북경협에 기대감을 품고 있지만, 실망만 거듭되고 있다.

수입트럭 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지속된 경기침체로 대부분 업체가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판매대수가 늘었다 한들 다른 업체의 영역 일부 빼앗아 온 것일 뿐, 시장 확장의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 현재로선 북미관계가 호조되고, 남북경협이 재개되는 것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는 상태다.”

언제부터인지 북쪽을 응시하고 있는 상용차 업계. 시일이 걸리겠지만 남북, 북미 간 경제교류가 본격화되면 트럭 업종은 그 어떤 업종보다 일선에 서서 북한 개발에 앞장설 수 있고, 이로 인해 일대 긍정적인 시장변화가 예상될 것이라는 전망과 기대감을 잃지 않고 있다.

대북제재 완화나 해제에 따른 남북경협 가상 시나리오로 앞날의 상용차 시장을 내다보았다.

건설현장이 늘고, 개성공단이 재개될 경우 국내 상용차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차량이 사업소를 통과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시나리오 #1
이윽고 터졌다 ‘남북경협’

‘따르릉따르릉…’. 트럭 영업현장에서 전화기가 쉴 틈 없이 울려대고 있다.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가 일부 풀리고, 본격적인 남북경협 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다. 트럭을 사려는 이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생산 공장도 바쁘게 돌아간다. 주문량을 맞추려면 오늘도 야근이다.

현대차, 타타대우 등 국산 2개사, 국내에 진출해 있는 수입 대형트럭 업체들 모두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몇 년간 지지부진했던 판매실적이 껑충 뛰었다. 특히, 역대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던 덤프·믹서트럭은 복덩이가 됐다.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차량주문이 들어오는 족족 출고돼 나간다.

덤프와 믹서뿐만이 아니다. 넘치는 수요를 트레일러형 덤프트레일러가 뒷받침해준다. 특장차 업체는 물론 덤프트레일러를 견인하는 트랙터도 일복이 터진 것이다. 여기에 도로 공사에 쓰이는 고소작업차, 기름을 대줘야 하는 유조차, 도로를 깔거나 정비해 주는 아스팔트포장트럭, 살수차, 준설차 등등 총집결이다.

북한 트럭 여건상 굳이 신차가 나가지 않아도 된다. 10년 이상 된 유로3, 유로4 중고트럭들이 앞장선다. 중고트럭 시장이 활발히 움직이니, 어찌 신차 시장이 요동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트럭들이 북한 전역의 건설현장을 누빈다.

삽을 뜬 건설현장도 수두룩하다. 우리 정부가 그동안 마련한 남북협력기금과 민간자본이 투입돼 교통 인프라 구축 작업이 한창이다. 여기에 국제 금융자본 마저 투입됐다. 평양공동선언에서 언급한 개성-문산 고속도로 건설이 착공에 들어갔다. 동해선을 연결하는 강릉-재진 구간 철도 건설도 착공식을 앞두고 있다. 크고 작은 토목공사가 끊이지 않아 건설경기는 역대 최대 호황을 누린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오랜 기간 남북경협에 대비한 건설기계업계도 대박을 맞았다. 북한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 중소기업과의 상생발전을 이룬 것. 몸집을 키운 중소 부품업체들은 국내 상용차 브랜드와의 협력 관계에도 물꼬를 텄다.

국내 한 중고트럭 매매단지. 남북경협 재개 시 중고트럭 수출로 인한 선순환 효과가 예상된다.

시나리오 #2
개성공단 재가동과 화물운송시장 호황

화물운송시장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금강산 관광 사업과 개성공단이 재개되고, 새로운 공단들이 개성 외 새 도시에 들어서면서 남북을 오가는 물동량이 크게 늘었다.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카고트럭이 남북출입사무소를 드나든다. 화물차주들이 일감을 찾는 ‘주선 어플’에는 일거리가 넘쳐난다.

중고트럭 수출과 일자리도 부쩍 늘었다. 북한에 진출한 민간 기업이 많아지면서 제품을 실어 나를 카고트럭과 운전인력을 구하는 일이 잦아졌다.

국내에선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하지 못해 운행할 수 없는 중고트럭들이 북한으로 활발히 수출되고, 새로운 일자리가 늘고 있다.

중고트럭이 팔려나가면서 국내 시장엔 영업용 번호판이 대거 풀렸다. 부르는 게 값이었던 번호판은 더 이상 ‘프리미엄(웃돈)’을 주지 않고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수요가 늘어난 만큼 허가제를 폐지하고 등록제로 회귀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신차 수요도 쑥쑥 늘고 있다. 화물운송시장이 호황을 맞이하니 새로운 차량을 구입하려는 운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침체기를 겪던 상용차 특화산업 지역과 부품 공장들도 활기를 되찾았다.

통일의 관문. 남과 북의 물자를 실어나르는 트럭. 언젠가는 일상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시나리오 #3
북한 상용차 시장, 새 격전지로

남북경협 5년 차. 국내 상용차 업계는 또 한 번 격변을 맞았다. 북한에 차량을 수출하는 것을 넘어 판매와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 북한 상용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대형 트럭업체들의 쟁탈전이 치열하다.

시작은 국내에 생산 및 조립시설 기반을 둔 국산트럭 2개사의 몫이다. 현대차와 타타대우는 나란히 개성공단 내 서비스센터를 세우고 정비인력을 이동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내에서 수출된 중고트럭들의 수리를 도맡으며, 진출 초기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매진하겠다는 의도다.

수입트럭 업체도 곧바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남과 북, 그리고 미국까지 국교를 맺고 있는 스웨덴. 이 나라 국적의 볼보트럭과 스카니아가 포문을 연 뒤 벤츠트럭, 만트럭, 이베코가 뒤이어 북한 상용차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진출과 비슷한 경쟁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여기에 새롭게 진출한 네덜란드 다프도 지분을 요구하고 나섰다.

북한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국에 교두보를 마련하는 업체도 생겼다. 그동안 관망만 하던 중국을 비롯해 북미, 일본의 새로운 트럭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속속 들어오기 시작했다. 국내 트럭 운전자들의 차량 선택폭이 한층 더 넓어졌다.

이미지 출처: 통일연구원

시나리오 #4
트럭, 한반도 넘어 유라시아 누비다

남북경협 10년 차. 유엔의 대북제재가 크게 완화되면서 남북경협이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여 ‘외딴섬’ 신세였던 한국은 북한을 지나는 육상교통망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되는 큰 그림을 공개했다.

가깝게는 중국과 러시아, 멀게는 유럽까지 물동량을 실은 트럭이 대륙을 횡단한다는 구상이다. 10년간 열심히 닦아둔 도로 인프라 덕에 운송여건도 충분하다.

특히, 유라시아 대륙 32개국을 잇는 국제 고속도로망인 ‘아시안 하이웨이(Asian Highway)’가 연결되면서 북방물류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부산에서 출발한 화물이 육로를 거쳐 유럽에 도달하는 것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트랙터 수요도 크게 늘었다. 선박으로는 40~45일이 걸릴 것을 일주일이면 척척 해내니 육로운송을 통한 교역이 대세다. 국내 인기 차종에도 변화가 생겼다. 주력 모델이던 6×2 트랙터의 선호도가 줄고, 유럽과의 교통 연계성으로 4×2 트랙터가 대세로 떠올랐다.

남북경협이 이뤄졌을 때, 그리고 돌발변수를 제어한 상태에서 남북 상용차 시장 교류의 현재와 미래를 가정한 시나리오다.

앞으로 남북 관계가 어떤 형태로 전개되든 간에 경협이 이뤄질 경우 국내 상용차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의 상용차 생산능력, 어느 정도인가

북한의 상용차 수요는 지난 2016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이후 급격히 늘고 있다. 다만, 생산량이 이를 뒤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자동차 생산능력은 연간 6만대 수준으로 드러났다. 그마저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부품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차량 대부분을 반제품 또는 완전분해 형태로 수입해 재조립하고 있다.


최근에는 계속된 대북 제제와 설비 노후화로 인해 연간 생산량이 4만대 수준까지 내려온 것으로 파악된다. 상용차 생산도 이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북한에서 상용차를 생산하는 업체들을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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