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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상용차 시장, 위기와 기회③ 기형적 운송구조 탈피
화물차시장 구조 합리화, 정책으로 풀어낸다
운송 종사자, 영세 개인사업자·지입이 대다수
과적과 운임저하에 열악한 근로환경 등 산재
정부, 돌파구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구성
7월 업종개편, 내년엔 안전운임제 도입 가시화

국내 화물운송시장은 독특하다 못해 기형적인 구조로 얽혀있다는 게 화물차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지입제도에 대부분의 화물차 운전자들이 영세한 개인사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국내 화물운송시장의 특수성은 그간 무수히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의 기틀을 마련했다.

국내 화물운송시장은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지입제도에 대부분의 화물차 운전자들이 영세한 개인사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운송업체가 직영으로 수 십 대의 차량을 관리하는 해외 화물운송시장과 달리 국내 화물운송시장은 용달·개별화물사업자와 함께 지입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용달·개별화물사업자는 5톤 미만 화물차를 보유한 개인사업자고, 지입제는 개인 운전자가 화물차 구매 후 운송업체 명의로 영업용 번호판과 차량을 등록하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소정의 지입료를 제공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운송업체로부터 일감을 전달받기도 하지만 결국 회사에 종속된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다시 말해 국내 화물운송시장에 속해있는 화물차 운전자는 대부분 개인이 홀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직영이란 개념이 국내에선 낯설다.

문제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국내 화물운송시장의 독특한 구조가 의도치 않게 많은 부작용을 야기하고 운전자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주의 입김에 관행이 되어버린 ‘과적’
가장 큰 부작용 중 하나는 일상화된 과적이다. 단언컨대 국내 화물운송시장에서는 적재중량이 4.5톤인 화물차에 4.5톤만 싣고 다니면 일을 할 수가 없다.

4.5톤 화물차에 적게는 10톤에서 많게는 30톤 이상 짐을 적재하고 도로를 내달린다. ‘도로 위를 달리는 시한폭탄’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화물차 운전자들을 탓할 일은 아니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화주나 주선사업자로부터 운송 짐을 받아 수익을 창출한다. 이렇다 보니 운송 짐을 제공하는 화주들은 자연스레 ‘갑’의 위치에 군림하고 있다.

이들 화주는 최대한 많은 짐을 값싸게 운송하고 싶어 한다. 운전자들의 안전보다는 경제적인 이득을 더 우선시 하며, 과적을 쉬쉬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주들의 입김이 가해지면 가해질수록 과적운행은 많아진다. 화물차 운전자들 입장에서는 일이 끊길까 봐 거절할 수도 없다.

정부에선 단속을 통해 과적운행을 막아보겠다지만 피해를 보는 건 결국 화물차 운전자들뿐이다. 현행법에 명시된 처벌규정은 모두 화물차 운전자에게만 책임을 물고 있다. 계속되는 악순환이다.

다단계 거래구조가 만들어낸 ‘운임저하’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낸 부작용은 또 있다. 다단계 거래구조와 높은 주선 수수료가 만들어낸 운임저하다.

어떤 식으로 운임이 떨어지는지 예를 들어 살펴보자. 가령 화주가 1,000톤의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운송업체인 A사에게 운송의뢰를 맡겼다고 치자.

알고 보니 A사는 400톤을 운송할 능력만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600톤의 화물은 주선업체를 통해 다른 운송업체인 B사에게 의뢰한다.

마찬가지로 B사는 300톤만 운송할 수 있다. 나머지 300톤은 또 주선업체를 통해 운송업체 C사로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단계를 거칠 때마다 관행적으로 주선업체들이 수수료를 챙겨간다.

그리고 결국 피라미드의 바닥에 존재하는 건 개인사업자인 화물차 운전자들이다. 운임은 이미 떼일 대로 떼인 상태다.

심지어 주선 수수료에는 상한선이 없다. 화주와 운전자들을 주선한다는 명목으로 운임을 얼마든지 떼어가도 항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의미다.

주행 중인 화물차의 모습.

목숨 담보로 한 ‘열악한 운송근무환경’
근무환경도 열악하기 그지없다. 이는 과적과 운임저하 등 화물운송시장 내에 산재하는 문제점들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

과적으로 인해 차량제어는 어려워지고 운임저하로 인해 줄어든 수익을 메우기 위해 야간에도 밥 먹듯이 운행을 한다.

얼마 전 시행된 주간 52시간 근무제도 화물차 운전자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로 들린다. 육상운송업으로 분류되는 화물운송업은 공익적 요소가 많다는 등의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됐다.

허울뿐인 4시간 연속운행 후 30분 의무휴식만 지킨다면 사실상 무제한 노동을 해도 법적으로 걸릴 게 없다. 이렇다 보니 화물차 운전자들은 항상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실제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망사고 중 화물차와 연관된 비중이 75.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교통사고 사망자의 53.2%는 화물차 운전자였다. 화물차가 고속도로 전체 통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6.9%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사망사고율은 심각하다. 그야말로 목숨을 담보로 운행을 하는 셈이다.

2016년 발표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기틀로 잡은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실화되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부정적이지만 앞서 언급한 모든 상황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선정한 10대 선진국 중 하나인 대한민국, 그 관리하에 있는 화물운송시장에서 2019년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과거부터 부단히 노력해왔다. 과적을 줄이기 위한 과적 삼진아웃제, 운임저하를 막기 위한 참고원가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휴게시간 의무화 등 관련 법안을 개정해오며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빗나간 정책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현재,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2016년 발표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의 내용을 기틀로 잡은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세부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진입규제 완화 ▲업종개편 ▲화물차안전운임제 도입 등이다.

각 순서대로 진행이 이뤄지고 있다. 진입규제 완화의 경우 1.5톤 미만 친환경차, 또는 20대 이상 직영차량 운송업체를 대상으로 양도·양수 금지 조건으로 내걸고 지난해 11월부터 시행 중이다.

친환경화물차 보급을 늘리고 장기적으로 직영체제 운송업체를 늘려 지입차량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에 국내 최초로 영업용번호판을 장착한 전기화물차가 등장하기도 했다.

아직 대중화를 이루기에는 기술적 수준이나 이해당사자들의 인식이 더욱 개선되어야하지만 의미 있는 한발자국을 내딛은 셈이다.

업종개편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기존 용달(1톤 이하 / 1대 이상) △개별(5톤 미만 / 1대) △일반(법인, 5톤 이상 / 1대 이상)으로 나뉘던 업종을 차량 대수에 따라 △개인(1대) △일반(법인, 20대 이상)으로 이원화한 것이 골자로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건 개인사업자의 톤급제한이 완화됐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세부 시행규칙도 이미 마련됐다. 차량을 1대 보유한 개인사업자는 △소형 1.5톤 미만 △중형 1.5톤 이상~16톤 이하 △대형 16톤 초과 범위 내에서 대차가 가능해진다.

기존 개인사업자는 5톤 미만으로 톤급이 제한돼 중량 짐을 운송하기 위해 과적을 일삼는 경우가 많았지만 톤급제한 완화로 대형화물차 운행이 가능해짐으로써 운송시장에 유연성을 부여하겠다는 목적이다.

아울러 일반(법인)사업자의 경우 직영차량을 20대 이상 보유한 업체에만 운송업을 허용함으로써 전문성 강화와 지입제 근절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최저운임을 고시하고 이에 강제력을 부과하는 화물차안전운임제는 내년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 일부 품목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을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 △안전운임위원회 구성안 △화물차안전운임 신고센터 신설안 △과태료 기준안 등 본격적인 운영을 위한 세부 시행령을 마련하며, 틀을 갖춰가고 있다.

화물차안전운임제는 과거 화물차운전자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표준운임제와 뜻을 같이하는 제도로 화물운송시장에 만연한 운임저하를 막고 종사자들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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